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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 회장 역할론…4대 그룹 넘어 정치권까지 ‘마당발’

전경련, 22일 총회서 류진 신임 회장 추대

‘미국통’ 류진, 정치권·재계 두루 넓은 인맥

외교부 출신 부회장설 ‘시끌’…쇄신 우려도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이 이끄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6개월 만에 임시 수장 체제를 접고 류진 풍산 회장을 정식 회장으로 맞는다. 전경련의 혁신과 4대 그룹 복귀라는 숙제를 안게 된 류 회장의 향후 행보에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오는 22일 개최하는 임시총회에서 기관명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바꾸고 새 회장에 류진 풍산 회장을 추대한다.

류 회장의 내정에 대해 전경련 측은 “글로벌 무대에서의 경험, 지식, 네트워크가 탁월하다”며 “새롭게 태어날 한국경제인협회가 글로벌 싱크탱크이자 명실상부 글로벌 중추 경제단체로 거듭나는 데 리더십을 발휘해줄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미국통’ 류진, 정치권~재계 두루 넓은 인맥


1958년생인 류 회장은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다트머스대 경영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이사 등을 거쳤고, 지난 4월에는 전경련 한미재계회의 7대 한국 측 위원장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전경련 부회장과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경제단체에 적극 참여해왔다. 또 한국펄벅(Pearl S. Buck)재단 이사장, 한국 메세나 협회 부회장, 조지&바바라 부시 재단 이사회, 뉴욕 시티 칼리지의 콜린 파월 스쿨 이사회, PGA 투어 Firtst Tee 프로그램 이사회 등에도 참여했다.

류 회장은 세계 사회에서 한국 위상을 높이기 위한 공로와 꾸준한 노력을 인정받아 2005년 금탑산업훈장, 2012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풍산은 구리 및 구리 합금소재와 그 가공품을 제조해 판매하는 신동사업과, 각종 탄약류를 생산하는 방산사업을 영위하는 중견기업이다. 방위산업체인 만큼 풍산은 일찌감치 대미관계에 공을 들여왔고, 선대 회장 때부터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부자와 긴밀한 관계를 맺는 등 미국 정·재계와 인연이 깊은 ‘미국통’으로 알려졌다.

역대 여러 정권과 미국 간 가교 역할을 해오며 여야를 넘나드는 인맥을 쌓았다. 노무현 정권 초기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고, 노 전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에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에는 이명박 정부의 방미단에 합류해 FTA 협상을 지원했고, 박근혜 정권 때도 한미 교류에 앞 장 섰다.

2015년 프레지던츠컵 골프대회를 처음으로 한국에 유치하는데 핵심 역할을 했고, 대회 조직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 대회에서는 조직위원장을 맡아 이명박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골프 라운딩을 주선해 주목받았다.

문재인 대통령 당시 미국 특사단에 기업인 중 유일하게 합류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문 대통령이 주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국빈만찬에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등 쟁쟁한 그룹 총수들과 함께 초대받기도 했다.

당시 재계 10위권 기업들도 모두 초청받지 못한 상황에서 70위권의 풍산이 초청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이 나왔다. 그만큼 미국과의 인맥을 발판 삼아 국내에서도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친분을 쌓은 것이 전경련 회장으로 조직을 안정시킬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재용 삼성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의 지지를 두루 받는 것도 류 회장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류 회장은 재계에서도 유명한 ‘마당발’로 통한다.

특히 이재용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류 회장은 2008년 이 회장에게 콜린 파월 전 미국 장관을 소개해줬고, 201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때는 이 회장과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류 회장 가문은 삼성가(家)와 혼맥으로도 연결돼 있다.

류 회장은 최태원 회장, 정의선 회장과도 오래 전부터 ‘형님, 동생’으로 부를 정도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최근 전경련 재가입 관련 질문에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류 회장이 4대 그룹 총수들과 두루 친한 만큼 전경련 재가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할 가능성이 크다”며 “4대 그룹 복귀 자체는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고, 남은 건 타이밍과 방식이다”고 전했다.

◆외교부 출신 부회장 내정설로 혼란…전경련 ‘쇄신’ 우려 시각도


일부에선 류 회장에 대한 우려 시각도 있다. 과거 재계 ‘맏형’ 역할을 했던 전경련은 2016년 박근혜 정권 당시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리며 위상이 추락했다.

4대 그룹도 이때 전경련을 탈퇴했다. 당시 대기업들은 전경련을 통해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설립 과정에서 774억원을 출연했고, 전경련은 부당한 ‘정경유착의 고리’로 굳어졌다.

올 초 임시 수장으로 온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은 “과거에 대한 통렬한 반성을 토대로 혁신안을 마련했다”며 “과거의 전경련으로 복귀는 없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이름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바꾸고,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과의 통합을 통해 산업계 싱크탱크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회장과 사무국의 독단적 결정을 제어할 수 있는 견제기관인 윤리경영위원회도 설치한다.

하지만 이 정도로 전경련의 쇄신을 이뤄냈다고 하기엔 부족하다는 평도 나온다. 4대 그룹 한 관계자는 “4대 그룹의 경우 전경련 국정농단 사태와 엮이면서 홍역을 치른 만큼 복귀에는 신중한 입장”이라며 “진정성 있는 혁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류 회장은 평소 ‘재계 선비’로 불릴 정도로 온화한 성품”이라며 “전경련 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류 회장이 상근부회장으로 외교부 출신 관료를 내정했다는 소문이 나오는 것도 논란이 많다.

재계 한 관계자는 “류 회장이 함께 일할 러닝메이트로 친분이 있는 외교부 출신 관료를 점찍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회장과 함께 실질적으로 전경련 조직을 운영하는 상근부회장을 개인 친분으로 임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역대 전경련 상근부회장을 보면 삼성 출신 손병두, 현명관, LG출신 이윤호, 정병철 등 기업인들이 주로 맡아왔다. 조건호 전 과학기술부 차관, 권태신 전 국무총리실 실장 등 관료 출신도 있었지만 외교부 출신은 부회장을 맡은 적이 없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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