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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건 신부가 사목했던 ‘한국의 산티아고길’ 걸어볼까

용인∼안성 ‘청년 김대건길’ 10.3km

산림청 ‘걷기 좋은 명품 숲길’ 선정

좁은 계곡 옆에 점점이 자리한 집들은 안개 탓에 잘 보이지 않았다. 세차게 내리는 비와 불어 넘친 계곡 물 소리는 사람이 내는 다른 모든 소리를 잠재웠다. 박해를 피해 숨어 살기에는 ‘딱’인 장소라는 느낌이다.

9월은 가톨릭의 순교자 성월(聖月·하느님이나 성인을 특별히 공경하는 달). 이를 맞아 서울, 원주 등 각 교구에서는 교구 내 순례길 걷기 대회가 열린다. ‘한국의 산티아고길’이라 불리는 ‘청년 김대건길’(경기 용인 은이성지∼안성 미리내성지·10.3km)은 최근 산림청이 발표한 걷기 좋은 명품 숲길에 선정됐다. 이 길을 지난달 30일 걸었다. 바티칸에서는 16일(현지 시간) 김대건 신부 성상 축성식이 열릴 예정이다.

‘청년 김대건길’은 우리나라 첫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사목 활동을 했던 활동로이자, 순교한 김대건 신부 시신을 미리내에 안장하기 위해 옮겼던 이장 경로다. 신덕∼망덕∼애덕 등 고개 3곳을 넘는 험한 산길이지만, 2021년 김 신부 탄생 200주년을 맞아 천주교 수원교구와 용인시가 정비사업을 펼쳐 걷기 좋은 순례길로 탄생했다.

출발지인 은이성지는 1821년 충남 당진에서 출생한 김 신부와 그 가족들이 천주교 박해를 피해 이주해온 곳이다. 은이(隱里·숨겨진 마을)라는 이름도 박해를 피해 들어온 많은 교인이 숨어서 신앙생활을 한 데서 유래했다. 중국에서 사제품을 받고 돌아온 김 신부가 처음으로 미사를 드린 곳이기도 하다. 은이성지에는 김 신부의 삶을 볼 수 있는 기념관과 1845년 김 신부가 사제품을 받은 중국 상하이의 성당(김가항성당)을 복원한 건축물이 푸른 잔디 위에 고즈넉하게 앉아 있다.

기자가 걸은 날은 비 때문에 힘들었지만, 맑은 날이라면 시원한 계곡을 따라 산책할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라고 한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4∼5시간 정도면 충분히 걸을 수 있다. 종착지인 미리내성지에는 김 신부와 그의 어머니, 김 신부의 시신을 이곳에 안장한 이민식 빈첸시오의 묘가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청년 김대건길’ 주변에는 골배마실길(은이성지∼골배마실 성지·4.4km), 한덕길(은이성지∼한덕골 성지·19.2km), 고초골 공소길(고초골 공소∼애덕고개·4.1km) 등 다른 순례길도 있다.

용인=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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